지난 3월 대선을 전후해서 '개딸'이란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언뜻 듣기에 상당히 불손해 보이는 이 단어는 알고 보니 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나이의 여성 민주당 당원들을 가리키는, '개혁의 딸들'의 줄임말이었다. 물론 주축이 젊은 여성이니 만큼 '강아지처럼 천방지축인 딸'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개딸을 뒤이어 '양아들'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개혁의 딸
'개딸'이라는 말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77>에서 성동일이 자신의 딸을 '개딸'이라고 표현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개'라는 글자가 붙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개살구'나 '개복숭아'처럼 소중하고, 철없지만 사랑하는 딸의 의미로 쓰였다고. 아마도 이재명 상임고문이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대남을 갈라치기 하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개딸들은 젊은 만큼 sns에 능하고, 디자인이나 이벤트에도 뛰어나고, 기동성도 있다.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 참여한 대부분이 개딸들이기도 하다. 이 중 나이가 있는 층은 '개이모'라고도 불린다.
재명이네 마을은 20대 대선에 이재명 후보자가 패하자마자 만들어진 이재명 지지자들의 네이버카페다. 이재명도 직접 가입했고, 현재 회원수는 22만 명 정도다.
이재명 상임고문이 계양구을에 후보로 나서면서 본격 행보를 시작함에 따라 개딸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양아들은 뭐지?
그러더니 이번에는 '양아들'도 등장했다. 바로 '양심의 아들'이다. 현재 2030사이에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심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재명을 지지하는 2030 남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민주당에서는 개딸과 양아들의 증가로 청년 당원의 수가 늘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자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SNS 활용을 잘하는 인물이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직접 브이로그를 하며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지금도 유세 일정 등을 트위터에 직접 올린다. 재명이네 마을에도 종종 글을 남기는데 이러한 격의 없는 행동이 더욱 팬덤을 공고히 하고, 2030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폭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정치인 팬덤 열풍
정치인들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사랑받는 사람이 드물다는 면에서 이러한 팬덤 현상은 흥미롭다. 역사적으로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모임인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지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지지자들이 무조건 지지를 보냈던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등이 있었다. 노사모는 2000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정치인 팬클럽을 지향하며 만들어진 단체이다. 2019년 해산했다. 당시 3040이던 386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우리 이니'를 외쳤던 문재인 지지자들의 모임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약간의 비아냥도 받기 했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긍정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정치인 팬덤을 개딸과 양아들이 이어가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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